

좌절을 겪고 음악계를 떠났던 평범한 직장인에서, YouTube 누적 조회수 9억 회 돌파, 그리고 여성 피아니스트로서 15년 만에 일본 무도관 단독 공연을 성사시킨 주인공—하라미(ハラミちゃん). 그녀의 음악 여정은 그 자체로 수천만 명에게 감동을 주는 '역전의 드라마'입니다. 팬들을 '오코메상(쌀알님)'이라 부르고, 자신을 가장 대중적인 고기 부위인 '하라미(안창살)'에 비유하며 멀게만 느껴졌던 피아노 연주를 일상 속 주식처럼 친근한 존재로 만들고 싶다는 그녀. 파리 공연으로 유럽을 놀라게 했던 하라미가 드디어 지난 3월 7일, Billboard Live TAIPEI를 찾아왔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관객 전원에게 배포된 '신청곡 용지(어떤 곡이든 가능)'였습니다. 이 작은 시도는 입장하는 순간부터 관객들에게 설렘과 인터랙티브한 재미를 선사했고, 하라미의 친근함과 동시에 자신의 즉흥 연주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제1장: 군더더기 없는 전율의 오프닝, 완벽한 애니메이션 추억 소환
열렬한 박수와 환호 속에 특유의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 하라미는 정중히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첫 음이 떨어지는 순간, 공연장을 압도한 곡은 기세등등한 〈천본앵(千本櫻)〉이었습니다. 강력한 에너지는 순식간에 객석을 달구었고, 관객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박자에 맞춰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라미가 엄청난 기교를 선보이면서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관객과 눈을 맞추었다는 점입니다. 그녀의 연주는 극적인 다이내믹의 변화를 보여주며, 곡 끝자락에서는 부드러운 속삭임처럼 잦아들다가도 다음 순간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연주를 마친 그녀는 대만어와 한국어로 "리호! 쟈빠베이!(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라며 열정적으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미리 준비해온 중국어 원고를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읽어 내려가는 모습에서 이번 공연과 대만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진 애니메이션 섹션은 그야말로 '흑백 건반의 마법'이었습니다. 《슬램덩크》의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에서 《명탐정 코난》 주제가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편곡, 그리고 하라미의 시그니처 커버곡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와 〈홍련화〉까지. 하이라이트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너의 이름은.》 주제가인 〈전전전세〉였습니다. 음악을 포기했던 그녀를 다시 건반 앞으로 불러온 소중한 곡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풍성한 감성이 묻어났습니다.

제2장: 기적의 신청곡 시간, 오백(伍佰)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신급 리믹스
전반부가 화려한 연주였다면, '5인 신청곡' 코너는 천재적인 재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본어 노래라는 규칙에도 불구하고 뽑힌 곡은 아라시의 〈Love so sweet〉, YOASOBI의 〈밤을 달리다〉, X-Japan의 〈Kurenai〉, 사카모토 류이치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 그리고 예상치 못한 대만의 국민 가수 오백(伍佰)의 〈니시아적화타(너는 나의 꽃)〉였습니다!

생소한 대만 노래 제목에 당황한 듯한 귀여운 표정도 잠시, 그녀는 소름 돋는 음악적 직관을 발휘했습니다. 현장에서 단 두 번 노래를 듣고 악보를 따내더니, 단 1분 만에 5곡의 메들리 구성을 끝냈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서정적인 멜로디를 베이스로 오백의 리듬을 절묘하게 엮어낸 연주가 끝나는 순간, 하라미의 순수한 열정과 여유에 모든 관객은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제3장: 지브리와 J-POP의 극치에 달한 다정함
광란의 신청곡 코너가 지나고, 분위기는 부드러운 지브리 우주로 전환되었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인생의 회전목마〉를 시작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천공의 성 라퓨타》 등 지브리의 웅장한 테마들이 그녀의 손끝에서 환상적인 모험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이어진 J-POP 섹션에서는 요네즈 켄시의 〈Lemon〉과 이치토 요의 〈하나미즈키〉가 영혼 깊숙한 곳을 어루만지는 듯한 따뜻함을 선사했습니다.

앵콜과 에필로그: 대만을 향한 전용 러브레터와 가장 따뜻한 작별
마지막으로 하라미는 대만 관객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대만 히트곡 메들리(〈유성우〉, 〈그 시절〉 등)를 선물했습니다. 앵콜곡으로는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과 〈아지재호니〉를 연주하며 객석을 온기로 가득 채웠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에는 그녀의 YouTube 채널 오프닝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마치 관객 모두와 함께 거대한 YouTube 영상을 완성한 것 같은 특별한 마무리는 하라미다운 센스가 돋보였습니다. 그녀의 피아노 소리는 우리에게 청춘을 깨우는 마법이었고, 그녀에게는 삶의 무게와 열정을 쏟아부어 모두를 비추는 매개체였습니다. 하라미는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음악과 피아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게 기쁨과 온기를 전하는 언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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