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블 위에는 팬들이 보낸 응원 슬로건이 놓여 있었다. 멤버들이 천천히 무대로 올랐고, 눈부신 연한 푸른빛 사이로 하얀 조명이 서서히 차오르며 오늘의 주인공 고영배가 등장했다. 첫 곡인 ‘목소리’를 시작하며 정중히 인사를 건넨 그는,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단 몇 소절만으로 자신이 진정한 실력파임을 증명해 보였다. 배경으로 흐르는 몽환적인 도시의 밤풍경과 자동차 불빛은 이 사랑 노래에 정취를 더했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는 더욱 록 적인 사운드를 뿜어냈다. ‘공연의 왕’이라는 별명답게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 같은 자신감 넘치는 무대 매너를 선보였고, 관객들은 30초가 넘는 함성으로 화답했다. 포효하는 듯한 기타 솔로에 이어 뜨거웠던 열기는 다시 애절한 독백 같은 구간으로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저희는 소란입니다.” 이어 대만어(타이유)로 “또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관객들을 향해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 분들, 손 한번 들어볼까요?”라고 물었다. 손을 든 사람이 생각보다 적자 그는 당황한 듯 웃으며 “진짜요? 그럼 어떡하지… AI라도 써야겠네요”라고 말해 다시 한번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런 솔직하고 순수한 유머 감각은 대다수의 한류 스타와는 또 다른 결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더 꾸밈없고, 여유로운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너의 등장’ 은 팝 록 장르의 곡으로, 고조되는 에너지에 맞춰 연주자들은 리듬을 타고 고영배는 밴드와 함께 호흡했다. 밴드 출신답게 거친 음색부터 섬세한 고음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네가 나타나면 내 세계는 통제력을 잃어”라고 노래했다.
“Raise your cup, please.”
“저희가 타이베이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영광이고 기쁩니다.”
“빌보드 라이브에서 ‘소란 특제 칵테일’도 만들어 주셨는데 보셨나요? 저희도 1부 때 마셔봤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사실… 알코올 버전도 있어요(웃음). 저희가 술을 잘 못 마시는데, 방금 마시고 나니 공연이 더 잘되는 것 같아요.”
그는 이번 공연장의 구조와 팬들과의 가까운 거리감에 연신 감탄했다. 주로 페스티벌이나 대형 공연장에 서는 그에게 팬들과 이렇게 친밀하게 소통할 기회는 분명 귀중했을 것이다.
‘사랑한 마음엔 죄가 없다’ 는 그의 강력한 선언처럼 울려 퍼졌고,‘꿈을 꿨어’ 의 포크 록 질감은 팬들이 약속한 슬로건 이벤트와 어우러졌다. 밴드의 다이내믹은 완벽한 균형을 이뤘고, 멤버들은 서로 미소 지으며 고영배와 함께 음악 세계를 유영했다. “너를 꿈꿨어, 그 순간은 운명 같았어.”
최신곡 ‘사과 하나를 그려’ 가 흐르자 마치 노을 같은 조명이 피어올랐다. 브릿팝의 선율과 바로크풍의 다채로운 변화, 굴곡진 멜로디 속에 그는 “사과 하나를 그려보자”고 노래했다. ‘이제 나와라 고백’의 웅장한 전주는 인생을 찬미하는 떼창의 음벽 같았다. 때로는 음악이 급정거했다가 다시 폭발하는 가운데, 고영배는 관객의 떼창을 유도하며 심플한 멜로디로 객석을 하나로 묶었다.
공연 중 그는 몇 번이고 연주를 멈추고 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그 말투에는 편안한 친밀함이 배어 있었다. 처음 이런 다이닝 형식의 공연장을 봤을 때, 사람들이 사진 찍느라 노래하고 즐기는 걸 잊어버릴까 봐 내심 걱정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열렬한 반응을 확인한 그는 이내 안심하며, 팬들의 ‘찍으면서 노래하기’ 실력이 수준급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중에 영상 돌려봤는데 자기 노래 소리가 너무 커도 화내지 말기!”라며 농담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도 멈추지 않았다. 베이스 멤버가 요즘 거의 ‘대만의 친구’가 되어 SNS가 온통 비행기 사진뿐이라며, 혹시 길에서 마주쳐도 놀라지 말라고 농담했다. 기타 멤버를 소개할 때는 은근한 자부심을 내비치며, 사실 이 멤버가 밴드의 열혈 팬이라 곡들을 뼛속까지 다 꿰고 있다고 웃으며 소개했다.
‘행복’의 경쾌한 기타 연주가 시작되자 고영배는 객석으로 내려가 팬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네가 어디 있는지 알기만 하면, 그게 내 행복이야”라고 노래하는 그의 모습 위로 조명이 별처럼 반짝였다. 팬들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안무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한국에선 이 노래를 할 때 같이 동작을 해요. 오른손 들고, 왼손 들고. 그다음엔 옆 사람과 하이파이브! 아, 여긴 테이블 때문에 좀 어렵겠네요(웃음). 그럼 간단하게 할게요. 오른손, 왼손. 왼쪽 보고, 오른쪽 보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팬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눈을 맞추며 웃었고,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은 사라졌다.
‘너를 보네’의 열정적인 팝 펑크 사운드 속에서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그는,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달려나가는 반항적인 록 소년 같았다. “사실 예전에는 음악이 국가를 넘나든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오늘 대만에 와서 저희를 좋아해 주는 여러분을 보니 정말 믿기지 않아요. 이번에 대만에서 단독 공연을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고영배는 감성적인 목소리로 덧붙였다. “감사합니다. 요즘 세상은 인터넷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죠. 하지만 사실 그동안은 그게 실감이 잘 안 났어요. 그런데 오늘, 정말 대만에 와서 여러분을 직접 만나니 ‘아, 이게 진짜구나’라고 느껴지네요.” 이어 AI 번역기를 들고 “꼭 다시 타이베이에 오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Good Bye’를 부를 때 그는 과감히 인이어를 빼고 관객들의 우렁찬 함성에 귀를 기울였으며, 눈물짓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앙코르에서는 나른하면서도 애틋한 ‘잠이 안 와’를 선보였는데, 그의 그윽한 눈빛은 “보고 싶어 잠이 안 온다”는 설렘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공연의 끝자락, 그는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오늘 정말 행복했습니다. 공연 전엔 정말 긴장했는데, 지금은 술 때문인지 여러분의 열정 때문인지 취한 것 같아요.”
마지막 곡 ‘우리의 영화’가 흐르기 전, 그는 다정하게 말했다. “오늘의 모든 순간은 한 편의 영화 같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소란이 반드시 다시 대만을 찾을 것을 약속하며, 4월에 발매될 신곡과 더 큰 계획들을 기대해 달라는 깜짝 소식도 전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순간까지 팬들에게 조심히 귀가하라는 세심한 당부를 잊지 않았고, “저희는 소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힘찬 외침과 함께 찬란했던 밤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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